대동여지도는 왜 한 장이 아니라 접는 책으로 만들었을까?
대동여지도의 분첩과 목판, 지도표를 따라가며 큰 국토를 손안에서 읽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김정호의 지도에 남은 수정 흔적과 판본의 차이도 함께 읽습니다.

대동여지도를 전시장 벽에 크게 펼친 모습으로 보면, 처음부터 벽에 걸기 위한 지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지도는 여러 첩으로 나누고 종이를 접어 보관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온 나라를 담는 크기와 사람이 펼쳐 읽는 크기를 어떻게 함께 해결했을까요.
큰 국토를 나누어 펼치는 방법
김정호가 1861년에 간행한 대동여지도는 전국을 남북 방향으로 22층으로 나눈 지도입니다. 각 층의 지도는 동서로 길게 이어지며,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습니다. 전국을 한꺼번에 보려면 여러 부분을 이어 놓고, 특정 지역을 살피려면 해당 부분을 펼치는 구조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개하는 환수본은 지도 22첩에 목록 1첩을 더한 23첩입니다. 따라서 ‘22첩’이라는 설명과 ‘23첩’이라는 설명을 만났다고 곧바로 어느 쪽이 틀렸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지도 부분을 세는지, 목록까지 포함한 특정 소장본을 말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구조를 오늘날의 지도책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한 권에 전국을 담아도 독자가 매번 모든 페이지를 동시에 볼 필요는 없습니다. 대동여지도의 접힘 역시 정보를 덜어 내지 않으면서 필요한 범위를 선택하게 해 주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산천만큼 중요한 길과 시설
지도에서 산과 강은 눈에 잘 띄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이 사는 국토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동여지도에는 마을과 교통로, 통신시설과 군사시설도 표시됩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으며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함께 읽어야 지도의 쓰임이 드러납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도에 범례인 지도표와 축척을 표시한 방안표 등이 수록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호는 장식이 아니라 반복되는 정보를 일정한 규칙으로 전달하는 약속입니다. 지도표를 먼저 보면 작은 표시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지하철 노선도를 읽을 때도 선의 색과 환승 표시를 알아야 합니다. 옛 지도 역시 산 모양이 아름답다는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작자가 어떤 차이를 구별하도록 했는지 물으면 읽을 거리가 많아집니다.
한 번 그리는 일과 여러 번 찍는 일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인쇄했습니다. 손으로 지도를 한 벌씩 베끼는 방식과 달리, 목판에 새긴 선과 글자를 종이에 반복해서 옮길 수 있습니다. 제작 과정에는 종이 위의 지리 지식뿐 아니라 그것을 나무에 옮기는 기술도 필요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전국을 표현하는 데에는 목판 약 60매가 필요했고, 앞뒤 양면을 사용했습니다. 완성된 종이 지도만 보면 보이지 않던 제작 규모가 목판을 통해 드러납니다. 지도 한 질 뒤에는 많은 판면을 맞추어 준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직지의 금속활자 인쇄와 비교하면 인쇄술을 하나의 순위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글자를 조합해 책을 찍는 일과 넓은 지형의 선을 한 판면에 새기는 일은 다릅니다. 어떤 정보를 어떤 형태로 되풀이해서 전달하려는지가 제작 방식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목판에 남은 고친 흔적
목판이라고 해서 한 번 새긴 뒤 영원히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남아 있는 대동여지도 목판에 간행 이후에도 교정과 수정을 계속한 흔적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완성된 지도를 하나의 고정된 결과로만 보면 이 과정을 놓치게 됩니다.
지도를 고친다는 것은 장식의 모양을 다듬는 일과 다릅니다. 잘못된 위치나 정보를 바로잡으면 다음에 그 지도를 읽는 사람이 얻는 지식도 달라집니다. 수정의 흔적은 실패를 감추지 못한 자국이라기보다 더 나은 정보를 남기려 한 작업의 증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조선의 의궤가 결과뿐 아니라 일을 수행한 과정을 살피게 하듯, 목판도 인쇄된 지도 뒤의 노동을 보여 줍니다. 김정호의 업적을 이해할 때 완성본의 정교함과 함께 반복해서 확인하고 고치는 실무를 떠올릴 이유입니다.
같은 이름의 지도도 자세히 보면 다르다
국립고궁박물관의 환수본에는 목판으로 찍은 뒤 색을 칠하거나 글을 덧붙인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김정호의 다른 지도인 동여도의 주기, 곧 부가 설명을 옮겨 적어 정보를 보충했습니다. 이 소장본의 특징을 모든 대동여지도에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옛 지도를 볼 때는 이름만 확인하기보다 언제 찍었는지, 무엇을 덧붙였는지, 어떤 구성으로 남았는지를 함께 살피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바탕에서 나온 인쇄물도 이후의 손길에 따라 서로 다른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접는 책으로 만든 이유는 넓은 국토를 실제로 다룰 수 있는 형태에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접힘은 펼칠 범위를 나누고, 기호는 정보를 구별하며, 목판은 같은 내용을 거듭 전달했습니다. 큰 지도의 진가는 크기만이 아니라 사람이 읽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설계에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다시 마주한 우리 땅, 돌아온 대동여지도 (새 창)국립고궁박물관 · 환수본의 23첩 구성, 22층 분할과 동여도 주기의 가필
- 대동여지도 목판 (새 창)국립중앙박물관 · 1861년 제작과 지도 정보, 목판의 교정·수정 흔적
- 대동여지도, 누구나 다 알지만 누구도 다는 알지 못하는 명품 (새 창)서울역사박물관 · 지도표와 방안표, 지도학·지리학의 성과를 집대성한 목판 지도
자료의 성격과 전승의 차이는 본문에서 구분해 설명합니다.
ONE THING TO REMEMBER
한 줄 정리
대동여지도의 접는 구조와 목판 인쇄, 기호는 넓은 국토의 정보를 나누어 읽고 거듭 찍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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