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사상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가 되는 이유를 왜 셋으로 나누었을까?

도움이 되는 친구,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 그 사람 자체를 아끼는 친구는 어떻게 다를까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우정과 함께 사는 삶을 읽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두 사람이 올리브나무와 돌기둥 사이를 걸으며 대화하는 모습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일러스트입니다. 실제 유물이나 검증된 역사 복원도가 아닙니다.

어떤 친구와는 일을 잘하고, 어떤 친구와는 취미를 즐깁니다. 또 어떤 친구는 특별한 이익이 없어도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차이를 보고 우정을 하나의 감정으로만 묶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상대의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물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친구가 될까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은 우정을 살피면서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 마음의 상호성을 말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멀리서 좋아한다고 그것만으로 둘이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호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유명인을 좋아하는 마음과 실제로 관계를 맺는 일을 구분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상대가 내 존재를 모르는 경우의 호감과 서로 응답하는 우정은 같은 구조가 아닙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가 쓰는 필리아는 오늘날 친한 친구 사이의 감정보다 넓게 쓰입니다. 가족과 공동체의 관계까지 논의하므로 현대의 친목 모임만을 떠올리면 범위를 좁히게 됩니다.

유익과 즐거움으로 맺어진 관계

첫째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맺어지는 우정입니다. 함께 일하거나 필요한 능력을 나누는 관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함께 있을 때 즐겁기 때문에 맺어지는 우정입니다. 재치 있는 대화나 공통의 놀이가 사람들을 가깝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를 모두 위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본문을 지나치게 도덕화하는 해석입니다. 서로 기대하는 이유가 분명하고 상호적이라면 실제 우정의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도움이 되는 조건이나 즐거움이 달라지면 관계도 변하기 쉽습니다.

다툼은 한쪽은 협력 관계로 생각하는데 다른 쪽은 아무 조건 없는 헌신을 기대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이해가 다르면 같은 만남에도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 사람의 좋음을 아끼는 우정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완전한 형태로 보는 것은 좋은 사람들이 서로의 성품 때문에 맺는 우정입니다. 상대가 내게 유익하거나 재미있기만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의 좋음을 아끼는 관계입니다.

그렇다고 이 우정에는 즐거움이나 도움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좋은 친구는 함께 있어 즐겁고 실제 도움도 줄 수 있습니다. 차이는 즐거움과 이익이 관계의 유일한 근거인가에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서 행복이 잠깐의 기분보다 살아가는 활동과 연결되듯, 우정도 단순히 따뜻한 감정이 생기는 순간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살며 어떤 활동을 함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오래 알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서로의 성품을 알고 신뢰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 만나 호감이 간다고 곧바로 깊은 우정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상황에서 상대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길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의 좋음을 증명하지도 않습니다. 오래된 인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되는 무례나 해로운 행동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상대의 변화와 우정의 근거가 유지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고전의 구분은 주변 사람에게 점수를 매겨 등급을 붙이기 위한 표가 아닙니다. 상대를 평가하기 전에 내가 이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고 어떤 태도로 응답하는지 돌아보는 도구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친구가 필요한 이유

9권에서는 이미 행복한 사람에게도 친구가 필요한지를 묻습니다. 친구가 부족한 것을 채워 주는 수단일 뿐이라면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은 친구 없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좋은 삶에는 활동을 함께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포함됩니다.

친구와 같이 걷고 대화하고 판단을 나누는 것은 단지 심심함을 없애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혼자일 때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행동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정은 행복을 위한 외부 도구이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의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에피쿠로스의 즐거움과 비교해 보면 고대 철학이 혼자 강해지는 법만을 가르치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학파가 관계를 삶의 중요한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에는 고대 사회의 위계와 제한도 담겨 있습니다. 모든 관계를 그대로 본받기보다 그의 구분이 드러내는 질문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친구의 수가 얼마나 많은가보다 서로를 왜 아끼고 어떤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1.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 (새 창)아리스토텔레스 · W. D. Ross 번역 · 2~5장: 상호 호의, 유익·즐거움·덕에 따른 우정
  2. 니코마코스 윤리학 9권 (새 창)아리스토텔레스 · W. D. Ross 번역 · 9~12장: 행복한 사람의 친구와 함께하는 활동

자료의 성격과 전승의 차이는 본문에서 구분해 설명합니다.

ONE THING TO REMEMBER

한 줄 정리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 구분은 관계의 숫자보다 서로를 아끼는 이유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강주찬 · 고전과 사상이 이야기의 오류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