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사상

홉스·로크·루소 사회계약설 비교: 자연상태와 주권의 차이

홉스·로크·루소의 사회계약설을 자연상태, 계약의 목적, 주권과 저항권으로 비교합니다. 핵심 비교표와 원전 해설로 세 사상가의 차이를 살펴봅니다.

마을 광장이 보이는 방에서 다섯 사람이 나무 탁자 위의 빈 양피지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공동의 규칙을 논의하는 모습을 AI로 제작한 상징적 일러스트입니다. 세 사상가의 만남이나 실제 계약 장면을 재현한 그림이 아닙니다.

홉스·로크·루소는 모두 정치권력의 근거를 사람들의 결합과 동의에서 설명하지만, 계약으로 무엇을 지키려는지는 다릅니다. 홉스는 평화와 안전, 로크는 생명·자유·재산의 보호, 루소는 공동체 안에서도 자유로운 시민으로 사는 문제에 무게를 둡니다. 자연상태에서 출발해 계약 뒤에 누가 어떤 권한을 갖는지 따라가면 세 사회계약설의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사회계약설은 실제 계약서를 찾는 이론일까

사회계약설을 이해할 때는 사람들이 어느 날 모여 국가 설립 문서에 서명했다는 역사 이야기로만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세 사상가의 논의에는 정치권력을 정당화하는 조건을 따지는 작업이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공동의 권력에 복종하며, 그 복종에는 어떤 근거와 한계가 있을까요?

자연상태 역시 세 사람이 똑같이 그린 원시사회의 사진이 아닙니다. 공통의 정치권력이 없다고 가정할 때 인간관계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살피는 출발점입니다. 이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에 맡기는 역할과 시민에게 남는 권한도 달라집니다.

홉스: 안전을 지킬 공통의 권력이 필요하다

『리바이어던』 13장에서 홉스는 모두를 제어할 공통의 권력이 없으면 경쟁과 불신이 충돌을 낳는다고 설명합니다. 전쟁상태는 매 순간 실제로 싸우고 있다는 뜻에 그치지 않습니다. 서로를 믿을 안전장치가 없고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도 포함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계약하여 한 사람 또는 합의체를 자신들의 대표로 세우고 권한을 부여합니다. 계약을 맺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과 그들이 세운 주권자를 구별해야 합니다. 이를 왕과 국민이 서로 조건을 걸어 맺는 쌍방 계약으로만 설명하면 홉스의 논증을 놓칩니다.

홉스는 강하고 분할되지 않는 주권을 옹호하지만, 생명을 지키려는 자유까지 완전히 포기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21장에서는 자신을 죽이거나 해치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을 자유를 설명합니다. 따라서 저항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보다, 일반적인 정치적 반란의 권리와 자기보존을 위한 불복종을 구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로크: 권리를 보호하도록 정부에 권한을 맡긴다

로크의 『통치론』 제2론에서 자연상태는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이며 자연법의 구속을 받습니다. 홉스의 논의와 달리 자연상태를 전쟁상태와 곧바로 같게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사건을 판단하고 처벌하려 들면 편파성과 갈등이 생깁니다.

정치사회를 만드는 목적은 이런 불안정을 줄이고 권리를 더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것입니다. 9장에서 로크는 생명·자유·소유물을 묶어 넓은 의미의 재산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재산 보호를 오직 돈이나 토지의 보존으로만 이해하면 정부의 목적을 지나치게 좁히게 됩니다.

정부는 그 목적을 위해 권한을 위임받습니다. 입법권도 사람들의 권리를 마음대로 파괴할 수 있는 무제한 권력이 아닙니다. 정부가 신탁을 저버릴 때 인민이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논의가 19장에 나옵니다. 이것을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마다 곧바로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루소: 주권은 시민 전체에게 남는다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자연적 인간과 사회 속에서 경쟁하고 비교하는 인간을 구별해 생각합니다. 이를 단순히 인간은 착하다는 말로만 외우면, 사회적 관계가 욕망과 불평등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치기 쉽습니다.

『사회계약론』 1권 6장의 과제는 공동의 힘으로 각자의 인격과 재산을 지키면서도 자유를 유지할 결합을 찾는 것입니다. 각자는 특정 지배자에게 자신을 내주는 대신 모두와 동등한 조건으로 공동체를 이룹니다. 그 결과 시민 전체가 주권자가 되며, 정부는 주권자의 법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일반의지는 공동의 이익을 향하는 의지입니다. 각자의 사적인 이익을 단순히 더한 전체의지와 같지 않습니다. 루소는 인민의 판단이 언제나 옳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2권 3장에서는 사람들이 속거나 부분적 집단의 이해에 끌릴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다수가 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선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연상태·주권·저항권 비교표

아래 표는 앞의 설명을 압축한 것입니다. 특히 루소의 정부 교체와 홉스의 자기보존을 로크의 저항권과 같은 논리로 취급하지 않도록 읽어야 합니다.

홉스·로크·루소 사회계약설의 핵심 차이
비교 기준홉스로크루소
자연상태공통 권력의 부재로 불신과 전쟁 위험자유·평등과 자연법, 권리 보장의 불안정자연적 독립과 사회 속 의존·불평등을 구별
계약의 목적평화와 자기보존생명·자유·재산 보호공동의 보호와 시민적 자유
권력의 구조권한을 부여받은 개인 또는 합의체의 주권인민의 신탁에 묶인 정부 권력시민 전체의 주권과 집행자로서의 정부
복종의 한계자기보존을 위한 불복종의 자유신탁 위반에 대한 인민의 저항인민이 정부 형태와 담당자를 변경

세 입장을 비교할 때는 안전, 권리, 공동의 자기통치 가운데 무엇을 중심 문제로 삼는지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모두 동의를 말한다는 이유로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계약의 당사자인지, 주권과 정부를 구별하는지, 어떤 권한이 시민에게 남는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오늘의 민주주의와 연결할 때 주의할 점

이 이론들을 현대의 제도와 일대일로 대응시키면 중요한 차이가 사라집니다. 특히 루소의 인민주권이 오늘의 모든 대의제와 같은 뜻은 아닙니다. 세 사상가가 제시한 자유와 동의의 원칙, 그리고 당대 사회에서 실제로 참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범위도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밀이 다른 의견을 들을 자유를 옹호한 이유를 이어 읽으면 공동체의 권력이 개인에게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질문을 넓힐 수 있습니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국가 내부의 질서에서 국가 사이의 관계로 시선을 옮깁니다. 사회계약설의 비교는 이름 세 개를 외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권력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출발점이 됩니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1. Leviathan (새 창)토머스 홉스 · Project Gutenberg · 13장 자연상태, 17~19장 국가의 설립과 주권, 21장 자기보존 및 복종의 한계
  2. Second Treatise of Government (새 창)존 로크 · Project Gutenberg · 2~3장 자연상태와 전쟁상태, 8~9장 동의와 정부의 목적, 19장 특히 222절의 신탁 위반
  3. The Social Contract & Discourses (새 창)장 자크 루소 · G. D. H. Cole 번역 · Project Gutenberg · 『사회계약론』 1권 6~8장, 2권 1~3장, 3권 1·18장; 『인간 불평등 기원론』 제1부; 번역자 서론과 원전 본문 구별

자료의 성격과 전승의 차이는 본문에서 구분해 설명합니다.

ONE THING TO REMEMBER

한 줄 정리

홉스는 안전을 확보할 주권을, 로크는 권리를 보호하도록 위임된 정부를, 루소는 시민 전체가 일반의지에 따라 행사하는 주권을 중심으로 사회계약을 설명했다.

강주찬 · 고전과 사상이 이야기의 오류 제보